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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회색 코트 지퍼를 열었다
동구 밖 못에는 침몰했던 주변 집들이
물 위에 떴다

나무들은 수명니 흔들릴 때마나 춤을 추고
나들이 간 오리들은 모습을 감춘
고요하고 잔잔한 아침

새들이 푸드덕 날개를 적셨다가
하늘 계단을 올랐다 내렸다
오월을 노래한다

내 안에 화석같이 굳어가는 언어들이
지느러미를 펴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꽁꽁 얼었던 겨울 가고
수선화 못 뚝에서 속삭이던 봄 지나고
갈대숲 파랗게 뽐내는 못 가장자리에
내 언어들은 꼬리를 흔들며 갈대숲 사이를 지나
낮달이 묵상하는 물속에서
생(生)의 조각들을 주워 올린다

살아야 할 의미의 퍼즐을 맞추어 본다

이경자

시인
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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