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처음 이민온 80년대 초 시애틀은 그야말로 납작한 도시였다. ‘어, 이게 무슨 미국이야?’ 그때 벌써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서울에서 온 사람이라서 그랬던 것같다.
내눈에 보이는 제일 높은 건물은 파이오니어 스퀘어에 위치한 하얀 삼각빌딩 (Smith Tower)이었다. 무기와 타자기 생산회사 라이먼 코르넬리우스 스미스 회장이 1914년에 준공했다는 42층 건물은, 그 당시 미시시피강 서쪽 지역의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특징은 화강암 외벽 1~2층을 뺀 나머지는 신고전주의 테라코타 건축양식이란다.
우리가 온 이후 높은 빌딩이 하나씩 지어지기 시작하더니 다운타운에 76층 높이의 까만 콜럼비아 센터(Columbia Center)가 우뚝 솟아 마천루의 변모를 이끌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간직한 도시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콜럼비아 센터의 76층 이상은 허가를 안하던 시애틀 시에서도 이젠 허가해 머지않아 다운타운에 94층 주상복합 빌딩이 완성될 것이다. 또한 시애틀은 미 전국에서 크레인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도시라고 한다. 서쪽으론 퓨젯사운드와 동쪽으론 캐스케이드 산맥이 가로 막아 남북으로 뻗은 도시라 빈땅도 별로 없어 주차장을 헐어내고 녹지대를 없애가며 계속 공사를 진행하고있다.
시애틀은 여러모로 특징이 있는 살기좋고 자연이 수려한 도시이다. 가장 지적인 도시, 독서하기 제일 좋은 도시, 커피맛이 최고라는 커피를 제일 즐기는 도시, 문화 예술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가장 푸른 도시, 인터넷 1위 도시로서 2016년엔 이미 아이티 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여행잡지인 ‘여행과 레저’와 CNN이 6만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란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땐 보잉과 배회사를 주의 가장 큰 산업으로 쳤다. 그러던 것이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등 대기업의 이미지와 인터넷 관련 기업이 크게 자리를 잡으며 고용시장이 대단히 활성화 되었다.
따라서 연봉 30만불이 넘는 고소득자가 많이 이사 오고 있단다. 인구가 늘며 집이 부족하고 고급스러워지며 화려해진다고 한다. 해서 그 도시에서 오래 조용히 살던 사람들은(나이 먹은) 타주로 떠나기도 한단다. 나는 매력적인 날씨에 반해서 LA로 이사왔지만, 그래도 못잊어 1년에 두어번 시애틀에 다녀온다.
그런데 갈때마다 시애틀의 변모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란다. 이젠 정말 옛날 도시의 모습이 자꾸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며 너무 복잡하게 느껴진다. 차도 너무 많아져서 뒷길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집세도 자꾸 오른다니 웬만한 수입으론 감당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실력과 야망이 있는 젊은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필요가 있단 생각엔 변함이 없다. 우린 이번 성탄절에 다시 시애틀에 갔다. 헌데 지금까지 어느해보다 더 춥고 눈도 자주 오고 비도 와서 집안에 같혀지내다 왔다.
시애틀의 특징은 도심에서 1시간 반경안에 온갖 레저를 다 즐길수 있다. 스키장이 산재해 있고, 해양 스포츠와 리프팅, 말타기와 캠핑등 낚시도 하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축복받은 도시이다.
시애틀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시애틀이 비만 너무 많이 오지 않으면 천국일텐데, 비 때문에 1점 깎여서 999국’이라나.
박유선
수필가, 월간 <수필 문학> 등단
미주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논픽션부분) 당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저서 : 수필집 '길 없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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