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하는 데 있어 무엇이 가장 어려웠는가 하고 물으면 나는 ‘인간관계’ 였다고 대답한다. 남달리 대인관계가 부드럽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힘들었던 것이 설교였다. 아마도 어느 목사에게나 공통적인 고통일 것이다.
우선 분량이 너무 많다. 주일 낮예배 설교, 주일 저녁예배 설교, 수요예배 설교, 매일 새벽기도회 설교, 여기에 심방하는 가정에서 5분여의 설교가 필수이다. 한 주간에 10여 차례의 설교가 준비되어야 한다. 문자 그대로 초인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인들의 귀가 너무 고급화됐다. 매일 라디오 TV에서 쏟아져 나오는 설교의 홍수 속에서 교인들의 입맛이 몹시 까다로워졌다. 한국의 유명 목사들의 설교에 익숙해졌고, 유명인, 무명인의 설교집과 테이프는 문자 그대로 공해의 수준이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대형교회 당회장에게는 설교를 전문적으로 작성하기 위하여 똑똑한 젊은 목사들로 구성된 설교작성팀이 있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매이 매 주일 신선한 설교를 해야 한다. 풍성한 꼴을 제공해야 한다. 내 강단 앞에 나오는 교인들에게 영적 만족함을 주어야 한다는 무서운 관념에 쫒기는 목사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오는 유혹은 이미 출간된 남의 설교집을 읽고 산뜻한 재료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설교자에게 있어서 가장 치욕인 표절의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선다. 미국교회에서 전해 오는 씁쓸한 유머 한 가지가 생각난다.
어떤 목사에게 큰 고민이 있었다. 노력은 무척 한다고는 하나 도무지 교인들이 은혜 받는 것 같지가 않다. 여러 날 동안 번민하다가 남의 설교를 그대로 표절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설교하기 전 손을 번쩍 들고 두 손가락을 펴 보인 후 설교하는 날에는 교인들이 은혜를 받았다. 교인이 물었다.
“손들 들고 두 손가락을 편 후에 설교하는 날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뜻이 무엇인지요 ?" 설교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그것은 따옴표입니다.”
서울의 어떤 교회, 주일 예배 후 목사에게 직분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설교는 누구의 것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젊은 설교자는 당혹했다. 사실을 시인하였다. 공개 사과하고 사건은 잠재워졌으나 그 후유증은 쉽게 치유되지 아니했다.
표절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남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포장하여 내놓는 행위이다. 유명 설교자의 글을 글자 하나도 틀리지 않게 그대로 자기의 것인 양 자기 이름으로 발표한 사람이 있었다. 누구의 글의 인용이라는 한 줄을 넣었어야 했을 것을 그렇지 못하여 부끄러움을 겪어야 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설교가 너무 익숙하여 잠시 생각했더니 바로자기의설교 원고였더라고 탄식하는 소리를 들었다. “설교란 주님의 말씀을 시의적절하게 인용하여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소개하는 기술적 서술이다.” 어떤 학자의 말이다.
정인영
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