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가면서, 독도를 꼭 가겠다고 생각했다. 국경으로써 의미도 있고 가본 적 없기 때문에 가보고 싶었다. ‘동해중부 바깥 먼바다 풍랑 예비특보 발효’로 인해 예정된 날, 7월 19일은 출항을 못 하고 다행히도 다음날 20일 같은 배, 같은 출발 시간인 아침 7시 20분에 울릉도 도동항에서 독도를 향해 떠날 수 있었다.
강릉항에서 울릉도로 올 때 가볍게 생각했다 파도가 높아 배가 마치 바이킹 뛰듯 널 뛰어서 간담이 서늘했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파도도 높지 않고 배 자체도 강릉에서 울릉도 오던 배보다 크고, 승무원들의 비상시 안내도 꼼꼼하여 밖이 바다라는 것도 잊고 꽤 편하게 독도까지 닿을 수 있었다.
독도에서는 단 20분만 섬에 있는 것이 허용되고 왔던 배로 다시 울릉도로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배를 탄 승객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언뜻 중년 이상이 꽤 많은 것 같다. 아기와 함께 온 일가족, 10대나 20대의 또래 일행, 중년 그룹, 내 앞에 앉은 남자 어르신 들은 나이는 들은 것 같은데 곧은 자세에 단정한 품행이 남달라, 어떤 연유로 일행이 오셨나 여쭈어보니 한 지역에서 오신 국가 유공자라고 하신다. ‘세상에 독도를 다 와보고…’라고 하시는 것을 보니, 연세가 드셨어도 대부분이 그렇듯 처음 오신 것 같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크고 작은 태극기를 몸에 지니고 애국심으로 독도를 인증할 생각에 벅찬 기분이다. 독도는 행정구역상 울릉군에 속해있으며, 생태계 및 화산지질 환경의 보존을 위해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독도는 외로운 섬 하나가 아니라, 동도, 서도를 비롯한 89개의 부속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날 선착장을 제외한 구역은 출입이 제한되었다. 그 대신 울릉도에서 ‘독도박물관’ ‘우산국박물관’ ‘안용복기념관’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그리고 ‘울릉수토역사전시관’ 등의 관람을 통해 독도에 대한 자료와 역사를 숙지하면서 영토 수호를 위한 굳건한 우리의 의지와 본분을 다시 한번 일깨울 수 있었다.
방문한 7월 19일, 독도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사운(史芸) 이종학 타계 20주기 추모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는 독도 영유권 관련 유물을 기증하여 1997년 독도 박물관 건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독도 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한 서지학자 및 재야 역사학자이다. 그는
‘애국심은 부차적이며, 사료에 근거한 팩트체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처음 식품 미생물학을 배울 때, 교수님이 프랑스의 과학자 파스퇴르가 ‘과학에는 국경이 없으나,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라는 말에 동감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무위키’에 의하면, 그 문구는 원래, ‘과학은 조국을 모른다, 왜냐하면 지식은 인류의 것이기 때문에(Science knows no country, because knowledge belongs to humanity)’ 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현재 나는 과학에도 국경이 있고 과학자에게는 진실이 조국이라고 생각한다. 애국심이란 부차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찌 보면 언제나 어려운 공과 사의 문제 같기도 하다.
독도에 발을 딛은 20분간 배에서 내린 승객들은 모두 달나라에 발을 딛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드디어 왔다는 심경으로, 서로 좋아서 태극기를 흔들고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솟아오른 화산섬 바위산을 바라보며 근접하다, 출입금지선 앞에선 독도 경비대원과 마주했다.
마스크를 한 그의 얼굴에 드러난 맑은 눈동자와 투명한 눈언저리는 마치 해변을 경계로 바위에 앉았다 놀라지 않고 상대를 응시하는 젖은 물새의 눈동자처럼 순결해서 마음이 덜컥 흔들렸다. 한국의 청년들은 그렇게 ‘보라,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200만년 화산섬 아래 바다를 바라보며 국민을 품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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