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오래 사는 사람이지만 서울의 변화에 매일매일 적응해야 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토요일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외출했다가 거리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노란 복장 경찰의 모습을 보고 아차 했다. 원래 토요일은 길이 막히는데, 그간 코로나로 다소 시위가 줄어들어 잊을 만했는데, 오늘은 민주노총에서 시위가 있는 모양이다.
전태일 51주기, 전태일을 잃은 어머니는 일생 아들의 뜻을 받들어 노동 운동가로 헌신했고 전태일 기념관을 만들었다.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슬픔 속에서도 근로자를 위한 산업 안전법 제정에 구심점을 이루며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 (2021) 로도 나왔지만, 특수학교의 건립을 위해 학부형인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었고, 발달 장애인의 국가 책임제를 위해 부모들은 광화문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광화문부터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 시청, 그리고 서울역을 이루는 강북의 주요 시가는 토요일 교통의 흐름이 무척 혼란하다. 시위와 시위대 사이, 일상을 멈추지 않으며 그들 중의 하나였을 수도 있는 자신의 사연을 조용히 응시하는 사람들의 인내는 무언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번 무인 편의점을 다녀오면서 을지로에 갔었는데, 을지로가 요즘 오래된 가로수와 함께 무르익으며 무언가로 더 차오르는 것 같다. 멋진 간판과 세련된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면 그 동네 상가의 월세 인상부터 걱정이 드는 생활인이긴 하지만, 변화가 상생과 발전이라면 긍지와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을지로 지하로의 공구 전시창을 바라보며 이곳 특유의 진중하면서도 생산적인 분위기를 곱씹었다.
지방은 지방대로 서울은 서울대로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생기는 한국이다. 꼭 한번 와 보라는 ‘사하라사막’ 한국 여행자의 텔레비전 프로를 아침에 봤는데, 오후에는 강원도 깊은 내륙, 양구의 근현대사 박물관, 선사박물관, 파로호 인공습지에 대한 기행기를 읽고 ‘여기도 볼만하겠군’ 싶다.
볼 영상도 많고, 봐야 할 책도 많고, 탁월한 성공의 기법부터 ‘그저 건강이 최고예요’ 하는 말까지 인생을 격려하는 비법도 참 많다.
고2 학생이, 네이버 지식인에다 ‘어떻게 사는 게 좋아요?’라는 글을 올렸는데, 14년 만에 그때 남겨진 답글을 읽고는 ‘지금 읽어도 도움이 된다’는 답글을 남겼다고 한다.
아마 140년 1400년이 지나도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글은 11월 13일(토요일)에 쓰인 글이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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