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다고 해도 식품마트에 안 갈 수는 없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 냉장고에 저장된 것들을 뒤져 먹고 할 수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H마트에 오래간만에 쇼핑을 갔다.
사람이 항상 바글바글하던 마트는 드물게 한산하였다. 집에서 5~6분 거리에 있어 매일 들리다시피 하던 마트지만 이렇게 손님이 적은 것을 처음 봤다. 손님들은 하나 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화난 사람처럼 통 말이 없다. 카트에 바이러스 병원균이 묻어 있을까봐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었고, 마스크를 쓴 얼굴 전체를 플라스틱으로 가린 케셔들이 물건을 정리하며 돈을 받고 있었다. 10곳도 더 되는 계산대는 두어 서너 개로 축소되었다.
아내와 같이 매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꼭 필요한 물건을 골라 카트에 싣고 케셔에게로 갔다. 다 계수하니 72달러였다. 미국은 먹는 식품은 현금을 내지 않고 푸드 스탬트(Food stamp)란 카드를 내어 계산한다. 푸드 스탬프는 요구호대상자(저소득자)에게 지급하는 식량카드이다. 연금(웰페어 walfare)은 방세를 내고 식품을 제외한 생활비로 쓰인다.
매월 푸드 스템프 카드에 전자식으로 돈이 입금되면 마트에서 쇼핑을 한다. 식품을 계산하고 푸드 스템프 카드를 주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캐시어가 “손님! 카드에 돈이 없네요?” 라고 한다.
아내는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마트에 오지 않아 푸드 스템프 카드에 돈이 남아 있는 줄로 착각을 하고 돈을 별도로 준비해 오지 않았다. 대신 기프트 카드를 가지고 왔는데 그것도 이미 쓴 것이었다. 실로 난감했다.
“내가 깜박했어요. 빨리 집에 가서 돈을 가지고 올게요.” 라고 말하고 가려는 순간 우리 뒤에서 줄서 있던 중년 부인이 캐시어에게 “저.... 이 아줌마 돈이 얼마 나왔어요?“ 라고 묻었다. 72달러라고 하니 얼른 돈을 대납하고 총총 걸음으로 자리를 떠나갔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아내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그 여인의 뒤를 따라가며 “여보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전화번호라도 가르쳐 줘요” 라고 말했지만 허공의 메아리였다.
아내는 그 여자 분을 처음 본다고 했다. 담당 캐시어도 모르는 사람이라 했다. 처음 보는 알지도 못하는 여인으로부터 72달러의 많다면 많은 돈을 희사(喜捨)받고 보니 너무 고맙고 한편 준비 부족으로 미안했다.
딸애 나이쯤 되어 보이는 여자 분은 우리 뒤에 줄서서 사정을 자세히 듣고 오늘 착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를 부모처럼 생각하고 햇빛 쏟아지는 길을 걸어 집에 가서 돈을 가지고 올 것을 생각하고 돈을 대신 선뜻 내 준 게 아닐지?
지금 코로나 역병이 만연하고 있어 인심이 뒤숭숭한데 이렇게 우리를 친 부모처럼 위하고 배려해주는 착한 분이 우리 겉에 있다는 것이 한 없이 고마웠다.
혹시 그 분이 오늘 이 글을 읽는다면 꼭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성수 (워싱턴주 페더럴웨이 거주)
수필가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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