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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7/30  조이시애틀뉴스
[조이문학] 의존성에 대하여 ...김미순

아이는 태어나서, 부모에게 온전히 그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의존한다. 먹을 것 달라, 기저귀가 젖었으니 바꿔달라, 아프니까 안 아프게 해달라, 더우니까 시원하게 해달라, 심심하니 놀아달라 등등… 종일 뭔가를 달라던가, 해달라는 요구뿐이다. 


부모는 종족 보존 본능으로 그 모든 일을 해나간다. 그러나 20여년 정도 부모의 보호와 감독의 시간이 지나면 사회는 그가 독립적인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고 요구한다. 20세가 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해 있으면 사회는 그를 부담스러워하고,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사람들은 어린 아이처럼 미성숙한 사람들이 많다. 주변인에게 자꾸 뭔가를 요구하고 달라고 한다.


최근에 나이가 환갑이 넘었는데도 순전히 남에게 의존해서 살려고하는 지인 때문에 마음이 심히 답답하고 화나는 일이 있었다. 그건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지인이 홈리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인정머리가 없어서인지 전혀 그를 도와주고 싶지 않다. 그냥 화가 난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며 남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하는데 어쩌다 홈리스가 되었다면, 다시 일어설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보태주며 함께 노력해 보겠는데…. 그는 전혀그렇지 않다.


모아 놓은 돈이 상당히 있는 거로 안다. 돈이 한번 그의 수중에 들어가면 절대 다시 나오지 않는다. 정말 써야할 때도 안 쓴다. 몇 년 전 그의 아들이 학교 프롬에 가고 싶다고 80달러를 달라고 하는데 거절하는 걸 봤다. 교회에 나가긴 하는데 그가 경배하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다.


그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홈리스 쉘터에서 지내다가 전염병의 확산을 염려하는 시 당국의 배려로 현재 하루에 100달러 가까이 하는 여관방 하나를 제공받아 사는데 그곳에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까지 받고 있다. 그 뿐인가 그는 그곳 에서도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아쉽지 않게 먹고 있다. 


이유는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홈리스가 되어 어디에 위치한 어느 여관에 있는데 …. 전화를 해서 말한마디를 던져 놓으면 그의 친절하고 인정 많은 주변 한국 사람들은 아 그래 아이고… 한국 음식이 얼마나 먹고 싶을까 하면서 고등어조림, 김치, 장아찌, 멸치조림 등 맛깔나는 한식을 만들어 가져다 대령한다. 


내가 못마땅한 것은 그가 자기의 처지를 삐죽삐죽 내비치며 온갖 주변의 인정을 끌어 모은다는 데 있다. 한 예로 예전에도 보면, 그가  병원에 있게 되면 그곳에서 한다는 일이, 아는 사람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알린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병원을 방문해서 온갖 선물에다 돈을 가져다준다.  


정말 나에게 놀라운 일은 본인이 홈리스가 된 것에 대하여 전혀 고통스러워 한다거나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오히려 방세, 전기세, 식비 등  경제적 책임감에서 벗어나 아주 홀가분하고 좋은가 보다. 하여튼 이렇게 쉽고 편하게 사는 길을 내가 왜 진작 몰랐을까 하는 태도다. 


그의 행동에 화가 나 있는대로 퍼부었다. 언어적 폭력이 될지도 모르는 말들인데… 도 말이다. “어떻게 홈리스가 될 생각을 다 할 수 있냐? 자식들에게 창피하지 않느냐 그렇게 살면 자식들이 복을 받겠느냐?  당장 그곳에서 나오라.”고. 


지인이 홈리스가 된 사연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이참에 우리 한국인들에게 결핍된 독립심, 자립심에 대하여 좀 말하고 싶어서다. 통계에서 누가 노인 학대를 많이 당하는가 보면 여자 노인, 나이가 많아 남의 도움을 받는 정도가 심할수록 학대의 정도나 빈도도 올라간다. 남자 노인이 학대받을 확률이 적은 것은 여자보다 일찍 죽고, 남자는 아내와 살 확률이 높아 아내는 자식보다는 배우자를 덜 학대하니까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독립심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데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을 지탱하며 살기도 어려운 참에 누가 남의 짐까지 지려고 할까? 그런데 우리 한국인은 이 독립심에 대하여 상당히 굴곡된 신념이 있다. “서로 돕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거다.” 물론 인간관계가 오래 가려면 서로에게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는 것이 상식이다. 서로 도우면 좋겠으나 문제는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주고 베풀어야 할 때 그 한쪽은 식상하지 않겠는가.


오래전  알라스카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때다. 그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저녁 시간에 와서 음식을 배달하던 한 백인이 한 말이 지금도 마음에 생생하다. “정부 보조금을 타서 먹고 사느니 차라리 자살하고 만다” 였다. 그가 말하는 요점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명예에 관한 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국민 정신이 그 정도 되니까 미국이 요즘처럼 세계 최강국이 된 게 아닐까?  


어린 시절, 만 18세가 되기 전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을 때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권리이다. 또한 살다가 어쩌다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망가져서 혼자 힘으로 살 수 없을 때 정부가 가지고 있는 복지 정책에 손을 내밀 수 있다. 그러나 틈 만나면 남이 땀을 흘려서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걸쳐 놓으려는 인간들이 있어 한심하고 불쾌하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웃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것…. 정신적,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인간의 행복과 존엄성에 직결되는 문제다. 어려운 일은 남에게 미루고, 되도록 쉽고 평탄한 길만 가려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한국인들은 의존성이 강하다. 성숙하지 않은 것이다.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징징거린다. 일을 해결해보려고 않고 남에게만 미루니 언제 배우겠는가? 그러고도 코앞의 이익에는 몰두한다. 자신들의 명예나 자존감은 어디다 팽개쳐 버렸는지…. 그들은 자신들의 무책임으로 인해 받는 타인의 고통은 외면한다. 


예부터 집 안에 출세한 사람 한 사람이 나오면 친척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어 덕을 보려한다. 여자는 어려서는 부모에게 의지해 살고, 어른이 되면 남편 덕에, 노년에는 자식 덕에 사는 것이 통념이었다. 이렇게 사는 여자의 삶이 권장되고 부러움을 샀다. 이 의존성은 산업사회에 들어서서도 여자가 차별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였다. 


나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여자아이들은 차별을 떠나 차라리 천민시 하였다. 보살펴 주어야하고 배려해야 하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여자와 아이 (취약자)를 핍박하는 후진국의 모형이다.


미국인들은 사업을 하려 돈이 필요하면 담보를 제공하고 돈을 빌린다. 한국사람들은 돈이 필요하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손을 내미는 경향이 있다. 차용인인 처지임에도 부끄러움도 없고 아주 당당하다. 여유돈이 없거나 있어도 빌려주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서 안 주는 사람은 주눅이 들고 죄책감에 시달리도록 획책을 당한다. 


사업할 자금이 마련되지 않았으면 좀 기다려서 하면 된다. 경험을 쌓고 돈을 모으고,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조급하게 부자가 되려고 하는 자에게 누가 어떻게 믿고 어렵게 쌓아가는 노후 자금을 선뜻 내어줄까? 어른이 되어서도 남에게 의존하여 살려 한다는 것은 그가 인격이 바닥이고 자신만 편안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들은 자식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자식들에게 투자한다. 몸과 마음이 지쳐 뭉그려져도 계속한다. 배신을 당하고 인간관계가 파탄이 나는 상황이 돼도 자식보다, 못난 부모인 자신을 탓한다. 


인간은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많다. 노력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인생이 있는데, 멋대로 하다 망하면 뒤처리를 해주는 부모가 있는데 자식이 그 꿀같이 달콤한 편안함을 떨치고 스스로 서려고 애를 쓸까!!


남에게 기생하는 그들은 행복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미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주변을 원망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모멸감과 경멸감 속에 던져진다. 사람이 천해지는 것이다.
 

 

 

김미순
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워싱턴주 한국인 간병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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