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공부를 하시는 할머니께서는 본인의 소셜넘버 그리고 영어로 생년월일을 외우는게 너무 힘이들어 겨우 본인의 소셜넘버와 생년월일을 영어로 외우다가는 잊어버리고 하셨는데 외우는게 너무 힘이드시니까 먼저 돌아가신 할아버지껏도 외워야 하는 다른 할머니보다는 그래도 자기가 낫다며 우짜꼬! 내껏도 기껏 외우는데 그래! 우리 남편이 내 생각해서 먼저간기라! 그래 고맙구만! 이라고 하시며 할아버지껏도 외워야 하는 다른 할머니를 불쌍하게 쳐다보셨다.
90년도 초에 앞으로 시민권있는 분들에게만 웰페어를 준다고 발표가 나서 모든 할머님들이 영어로 시험을 쳐야하는 시민권시험 때문에 무척 염려들하시며 그때는 시애틀한인회가 조지타운에 있었는데 할머님 할아버님분들이 그곳 한인회 빌딩에 오셔서 나와 함께 매일 두시간씩 영어공부와 시민권 시험공부를 하셨다.
나는 이분들에게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시민권문제 100문제를 외우기 쉽게 정리해가지고 테이프를 만들어드리고 문제를 쉽게 정리해서 매일 암기시키시며 시험권문제가 기억이 나게끔 공부를 시켜드렸던 때였다. 그때에 영어학교에 10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참석하셔서 영어도 배우시고 시민권 시험공부도 하시고 공부하러 오셔서 이얘기저애기 꽃을 피우시며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셨다.
그때에는 한인회가 시민권 공부 이외에 교민들이 필요한 서류도 도와주고 미국사회에 살기에 도움이되는 그런일들을 꽤나 많이 하면서 교민사회와 미국사회에 다리 역할을 하였던 시간이었다.
할머니들하고는 나와 거의 4년간 함께 영어공부를 하다가 내가 파트타임 일에서 풀타임 소셜워커로 가게됨에 따라 클라스가 중단되어서 더이상 영어클라스를 할 수 없는 것이 참으로 애석한 마음이었다. 내가 떠나면서 영어클래스를 가르쳐주실 봉사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의 인연과 사회복지프로그램에서 노인분들 베네핏을 담당하게되면서 시애틀에 계시는 어르신분들은 내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무실에서 필요한도움을 받고 계셨기에 그이후로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자주 뵐 수 있었다.
요즈음은 내가 일하는 프로그램이 주류사회에서 홈리스, 알콜중독자 그리고 정신문제가 있는 분들하고의 일이라 한국분들은 그리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많은분들이 차이나타운과 다운타운 노인아파트에 살고 계셔서 가끔씩 내 사무실이 있는 다운타운 거리에서 만나뵈고는 하는데 만나뵈면 너무나 반갑고 그리운 모습들이다.
요즈음 같이 사람들만나는 것이 그리운 팬데믹 타임에는 사람들이 너무 그립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모임이 그립고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수다삼매경에 빠지고도 싶고 별거아닌 음식을 먹으면서도 함께 행복해하던 웃음짓는 시간들이 그리운거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담당하고있는 케이스 중에서 홈리스들로 계시는 분들을 00에 있는 어느 오래된 호텔을 우리 사무실이 호텔 전체를 렌트해서 우리 고객들이 그곳에 입주해 있는데 매주 이들을 만나러 가려면 다운타운에서 이곳으로 출장을 간다.
길거리 아무데에서나 쓰러져서 자던 사람들을 일단 이 호텔에서 안전하게 보호를 하고 있으니까 늘 비가와도 그리고 날씨가 추워도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가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염려가 되던차에 우리 회사에서 길거리에 방황하는 홈리스 고객들을 이곳에서 그리고 시애틀 씨티홀에서 잠을 재우고 식사를 마련해주고 샤워를하게 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들도 자기들이 오랫동안 머무르던 자기들의 편한 자리였던 다운타운 지역이 아닌 장소라 무척 불편해하고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들이 모든게 준비된 호텔에 머무르면서 답답해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훌륭한 좋은 집이 아니고 브렌네임의 비싼 옷도 아니며 맛있는 음식도 아니고 사람들간의 어우러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호텔로 옮겨간 후 우리 카운셀러들은 호텔로 이들을 찾아가서 넓은 방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그리워하는 것들이 사람들과의 어우러짐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호텔에서는 고객 한사람씩 각방을 사용하는데 이들에게는 독방이 얼마나 불편하고 외로운 방인지를 새삼 다시 느껴본다. 늘 무리지어 지내면서 살다가 호텔에서도 격리를 해야하니까 서로 가까이 못있게 하고 식사도 한사람씩 방으로 배달을 해주는데 아무래도 환경도 좋아지고 먹는 음식도 훌륭한데 우리가 찾아가면 이들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에 가슴을 열고 반가워한다.
우리 고객들 중에 나이가 59살 먹은 백인 여자고객이있는데 나의 고객으로 접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다. 다운타운을 걷다보면 항상 플라스틱봉투를 찢어서 아래위로 쓰고 다니는 정신 착란증을 갖고 있는 여자이다.
몇 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남기셨는데 본인이 거절을해서 아마도 내 고객 몫으로 남은 유산은 남은 형제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내가 어머니의 유산으로 작은 아파트를 얻어준다고 하여도 내 고객은 자기가 정든 거리, 정든 사람을 떠날 수가 없단다. 물론 혼자서 돈을 관리할 능력이 없으니 우리가 어떻게 도와줄 길이 없었다.
정부의 혜택을 받으며 매일 거리를 다니면서 살고있는데 조울증이 심하고 망상이 심해서 가끔씩 두려움에 떨고는 식은땀을 흘린다. 누구도 믿지않으며 사람들을 믿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약을 복용하면 웬만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본인이 거부를 하니 강제로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우리는 그냥 본인이 다치지 않고 대중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살펴보고 지켜봐주는 것이다.
이 여자고객도 다운타운 거리에서 쪼그리고 잠을 자다가 이번 팬데믹사태로로 이곳 호텔로 오게되었는데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내가 재택근무를 하게되면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것을 못하게 되니까 아마도 무척 외롭고 힘이들었던것 같다.
이 친구와 보지 못한지 거의 6주만에 내가 호텔로 찾아가니 후런트데스크에서(후런트데스크 직원도 우리 사무실 직원들로 교체되었다) 내 여자고객을 불러내리니 호텔 안에 있으면서도 플라스틱 비닐을 덮어쓰고 나를 맞으러 왔다. 그러고는 나를보자마자 덥석 허그를 하려고 하는데 나는 00를 멈춰세우며 하이 00야 지금은 손도 잡으면 안되는 팬데믹타임인거 알지? 라고 알려주니 내 고객 00는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면서 하는 말이 레지나 너무 보고싶었어!
그리고는 다음말이 이세상에 나에게는 레지나 밖에 없는거 알지?라면서 눈물을 흘린다. 나도 눈물을 흘리는 00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며 아려왔다. 그에게 가족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연락이 안되는 상태고 또한 가족들도 정신질환이 심한 상태의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 현재의 팬데믹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를 잘 할 수가 없는 상태인 고객이 별안간 자유롭던 거리에서 이곳으로 와서 갇혀지내려니 삶이 무섭고 두렵고 답답하고 외로움이 몰려든 것 같았다.
그와 함께 멀찌감치서서 한참 이야기를 듣는데 물론 이야기는 두서가 없고 말도 안되는 상상의 이야기 이지만 내가 진지하게 들어주니까 더 신이나서 얘기를 하는데 얘기 중간중간 벌어지는 입안으로 보이는 이는 앞으로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몇년동안 내가 치과를 데리고가 진료를 받게하려고 하여도 절대로 못간다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내가 너무나 반가운지 이야기가 끝이없다. 이야기 내용은 현실 세계에서는 전혀 있을 수 없는 망상이야기지만 이 친구가 증세를치료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니 그냥 들어주면서 무서워하는 이야기만 좋은쪽으로 거들어 준다.
이 친구들에게 주려고 준비해간 빵을 내놓으니 빵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겨우 하나를 집어든다. 사람을 신뢰하지 않으니 주는 음식도 불안한데 나하고는 4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해왔으니 음식에 대해서는 그래도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이 친구와 만남을 마치고 다른 고객을 만나러 이제는 퀸앤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그곳에 임시쉘터에 머무는 고객을 찾아가려고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그가 묻는다. 레지나! 나를 버리지마? 나를 또 찾아올거지?
레지나 채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206) 351-3108, chaelee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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