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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0/23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요즘은 이것에 익숙해야지?


인공지능 시대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곳에 기계가 등장하면 ‘아! 요즘은 이것에 익숙해야지?’ 하면서 화를 누르고 기계를 살펴본다.


요즘은 이웃에 살아도 서로 생활 노출을 꺼리는 시대가 되었는데, 반면 예술 공연 하나 보는데도 신분을 낱낱이 노출해야 하고, 택시나 버스를 탈 때도 카드의 사용으로 행선지가 빤히 기록되니, 속수무책으로 컨베이어에 놓여 있는 소지품처럼 개방에 대한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나는 문명을 좋아하고 누리고 없으면 못산다. 자연이 아무리 좋아도 다치면 금방 낫게 해주는 병원과 추우면 금방 포근하게 해주는 난방의 고마움을 원시와 바꾸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렇지만 현재 물밀 듯 밀려드는 기술의 정점으로 도달은 인공지능이 어떤 방향으로 질주하느냐 하는 데에는 원시의 인간에 대한 미덕과 진보를 이룬 현대인의 고결함의 통로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도 말을 많이 하고 실천은 하지 않으니까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고 귀가 두개고 입은 하나다.’ ‘나이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 ‘누가 물어봤니?’라고 말을 억제하지만 사실 인간은 듣기보다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 않나 생각한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 자기를 해명하고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오늘 어떤 전화를 걸었더니 긴긴 녹음 연설이 나온다. ‘고운 말을 쓰고 상대방을 존중해라, 이 대화는 녹음이 된다, 1번은 어디고…… 4번은 어디고,’ 쭉 설명하더니 이윽고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싶으면 0번을 누르라’더니, ‘지금은 통화자가 많아서 받을 수 없으니 다시 걸어달라’고 하며 일방적으로 끊는다.

 


나도 할 말이 있었던 사람인데 결국 ‘자기한테 고운말 해라’ 부터 시작해서 ‘나 지금 시간 없다’로 끝난 녹음이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통화를 포기했을텐데 소득 없이 긴긴 녹음을 들었다.


만일 거기서 화를 낸다면 현대 의학은 나에게 분노조절 장애라는 진단을 내릴 것이다. 정말 한번은 그렇게 감정조절이 안 된 적이 있었다. 어떤 곳에 전화를 했는데, 담당자가 나오기 전에 어린아이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 전화를 받을 직원이 우리 엄마니까 친절하게 받아 달라는 녹음이었다.


그때 마침 개인적 일로 속이 상해 있던 나는 아침부터 엄마를 방어하는 여린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요동쳤다. 그래서 녹음이 끝나고 담당 직원이 전화를 받자마자, ‘그 아이는 잘 있느냐? 듣는 사람 마음 아프니 그 아이가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업무와 상관없는 심경을 드러내고 말았다.


‘네, 네’ 하면서 업무에 집중하는 여직원을 의식하면서 내가 기계에 놀림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기계를 사이에 두고 감정에 휘말려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들으라는 말은 귀로 듣는 말도 되지만 내용을 받아들이라는 뜻도 된다. 상대방은 말할 권리가 없고 듣게만 만드는 방법은 사실상 지배권력이다. 


편리한 기계와 신통한 인공지능 앞에서 풍요와 편리에 둘러싸인 인간은 결국 어떻게 살 게 될까? 혹시 말 못 하고 말 잘 듣는 반려동물에 둘러싸여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 혼자 오래오래 살다가 동물도 안락사시키고, 본인도 백 세 넘어 안락사를 택하게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일까?


자신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 본다. 그것은 누구의 명령에 순종하거나 편리함이 주는 길은 아니다. 기계와의 낯선 순간에 맞닥뜨릴 때마다 매 순간 안정적인 영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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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사람을 돕기 위해 있는 것이며, 기계와 문명은 오로지 우리 인간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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