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15 해방 후 근 74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은 35년간의 일본 통치하의 치욕적인 역사의 한페이지를 청산하지 못하고 소위 친일 잔제가 또다시 한일 양국간의 최대 외교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일(親日)의 원래 뜻은 “일본 나라와 국민에 대한 친근감”을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친한(親韓)은 한국과 한민족에 대한 친근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한국인에게 친일이란 단어는 원래의 의미와는 완전히 상반된 반민족 매국행위를 뜻하는 용어로 인식되고있다. 또한 친일이란말이 곧 반민족 친일파로도 통용되고 있다.
해방이후 수많은 친일파 관련 문서가 발간되었는데 그중 친일파 708인 명단, 친일파 반민족행위 705인 명단, 친일 인명사전(4,776명 수록)등이 대표적 친일파 관련 기록물이다.
상기 기록물 안에는 한일합방 당시의 관련인물은 물론 1945년 8.15 해방 당시까지 일본 정부에 협력한 각계 유명인사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중 김성수, 최남선, 이광수, 김활란, 안익태, 현재명, 홍난파 등은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사들이며 특히 최남선과 이광수는 3.1 독립선언문 작성에 기여했고 월북한 홍명희와 더불어 그당시 한국의 3대 수재로 평가된 인물들이다.
안익태 역시 애국가를 작곡한 위인인데 과연 이분들이 진실로 반민족 친일파로 분류되고 규탄을 받아야하는지는 재삼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해방 전 유소년 시기를 중국(만주)에서 보냈다. 그당시 만주도 일본 통치하에서 내선일체(內鮮一體)구호아래 철저한 일본식 교육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일본어, 집에서는 우리말로 2중 언어를 사용하는 반 일본인 생활을 했으며 기끔 어린 가슴에도 나의 정체가 무엇인지 자문할때가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본 정부 정책에 순응하지 않고서는 우선 일상생활 영위가 거의 불가능했고 교육면에도 일본식 교육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부친도 일제강점기에 함흥농고를 나와 흥남시청 농업과장을 역임했으니 그당시 상황을 여실히 증명하는 한 예로 볼 수 있다. (중앙일보, 5/10/2017)
그당시 문학, 과학, 예술등 각분야의 수많은 조선인 엘리트들이 최신 교육을 받기 위해 동양에서의 선진 국가였던 일본으로 건너갔다. 반면 중국은 내란과 중일전쟁의 혼란 속에서 국가질서가 완전히 붕괴되고 한국에서는 일부 독립운동가들이 장개석과 모택동 관할지역에서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방 후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고 남한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일본문물을 접한 경험자들이 주로 등용되었다. 사실 그당시 이들 외에는 나라를 이끌어갈 인물들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이들 중 상당수가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나름대로의 맡은바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의아니게 불명예스러운 반민족 친일파로 낙인을 찍히게되었다.
지난 3.1절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잔재를 언급한바 있었다. 그후 전교조가 서울 일대의 초중고교 100여곳의 교가를 친일 인사가 작사 작곡했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경기도의회는 학교 내의 일제(日製)품목에 전범(戰犯) 딱지를 부착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100여개 학교 교가를 폐지하고 친일관련 물품에 전범딱지를 부쳐서 어쩌자는 것인가?
맡은바 직무에 충실해야할 분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이런 졸속한 판단을 내리는것이 너무나 안타갑게 느껴진다. 포철, 삼성, 현대차의 기술과 부품, 그리고 전기밥솥, 라면, 후지사과 등등에 이르기까지 어디서 왔는지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가 일제치하를 체험해보지 못했고 그당시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친일파 타도를 외치는 이들의 선대 역시 과거 '창씨개명'에 일본교육을 받고 활동한 분이 한두명이 아닐 것이다. 이 추세로 나가면 앞으로 애국가도 없애자고 나올 것이고 100년, 200년 가도 친일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친일파를 탓하기 전에 '무지몽매(無知蒙昧)' '우유부단(優柔不斷)'으로 외세에 굴복해온 우리 조상들의 무능함을 먼저 탓해봄이 어떨까? 또한 철천지 원수 일본 땅에 매년 700~ 800만 한국인 관광객이 막대한 돈을 뿌리면서 찾아가는 연유와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교조 선생님들과 지자체 의원님들의 근시안 적인 언행이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친일이 반일(反日)로 변질되고 반일이 반미(反美)로 확대되어 한미일(韓美日) 공조와 동맹이 와해되는 날 대한민국은 완전 고립무원, 이지구상에서 소멸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일(美日)과 북중(北中) 어느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과 존망이 결정될 수 있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있기를 바랄뿐이다.
윤영목
농생물(병충해)학 박사
서북미 6.25 참전국가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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