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두 정상 간의 역사적인 회담이 이루어졌다. 평소에 원수지간에 있던 이 두 정상의 만남은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이 상당 수준에 도달해 미국의 관심과 주의를 불러일으키게 됨으로 성사된 것이다.
이 회담에서 미북 정상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비핵화에 동의한바 있다. 이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를 비롯 미군 유해인도, 반미선전 중단 등 일부 합의문 약속은 실행에 옮겼으나 미국이 기대했던 CVID(완전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에는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북한의 잇다른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응징하기 위한 UN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계속됐고 그 제재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정초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단, 미군 전략자산 반입금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남,북,미,중?)협상, 우리 민족끼리 남북교류 확대와 평화적 통일방안 모색을 제안해왔다(동아일보, 문병기 기자, 1/2/2019).
위 신년사를 보면 장기화되고 있는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김정은 자신 또한 제재 해제에 대한 절박감을 느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조선일보, 김명성기자,1/2/2019). 이와동시에 김정은은 선군(先軍)이아닌 선경제(先經濟), 자립경제를 강조하고있어 앞으로 김정은의 경제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김정은이 우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한 후 제재완화를 이끌어내어 철저한 정부통제 하의 중국식 경제개발을 구상하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UN대북제재가 계속되고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자립 경제정책은 실현되기가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G20회의 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북제재 계속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동의한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제재 유지가 아닌 제재 완화를 요청했다가 즉석에서 거절당하고 말았다.
상기 판문점과 평양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에는 육해공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초소 철거, 지뢰와 장애물 제거, 철도연결 답사 등 남북군사합의와 경협사업 중 일부 제한적인 진전은 있었으나 제재에 저촉되는 대규모 대북지원사업은 착수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현시점에서 볼때 제1차 미북정상회담 후 북한 측은 핵폐기 자체건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문제는 미북합의서 자체에 애매한 부분이 있고 북미 양측이 각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간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에게 '핵'은 생명줄이기에 순순히 포기할리 만무하며 트럼프 역시 북핵폐기를 위해서는 제재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김정은은 미국의 상응조치(제재완화?)가 없는 한 더이상 북한 자체의 핵폐기관련 조치는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미국 측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는 발언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렇듯 김정은은 일부 초조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여유있는 태도이다.
즉 북미간에 기싸움이 계속 되고 있고 협상은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김정은은 문재인에게 직간접으로 남북교류 사업시행을 강청(?)하고 있으나 이또한 제재란 큰 걸림돌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트럼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김정은 역시 트럼프와의 만남을 희망하고 있다. 회담은 성사될 수 있으나 쌍방이 양보 없이 종래의 주장을 고집하게 되면 북핵폐기 문제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고 또 한바탕의 '쇼'로 끝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경협 사업과 북한의 자립경제정책, 나아가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이 또다시 시진핑을 만나고 있어 여기에 중국의 입김까지 까어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앞으로 남북과 미북간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오로지 독자 여러분의 상상과 판단에 맡기겠다.
윤영목
농생물(병충해)학 박사
서북미 6.25 참전국가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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