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고택을 답사하고 곧 바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윤봉길 의사 충의사를 찾아갔다. 추사 고택과 윤봉길의사 충의사, 덕산온천, 수덕사, 국내 제일 큰 예당호 등은 충남 예산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충의사에 도착하여 윤봉길 의사가 태어나 22년간 살았던 생가에 들렸다. 초가지붕인 시골집은 잘 보관되어 있었다. 생가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윤봉길 의사가 상해로 망명을 떠날 때 집을 나오면서 아내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7글자를 남겼다고 한다.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즉 사나이가 집을 나서면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
15살에 결혼하여 아들 둘을 두고 사랑하는 아내와 마지막 이별을 할 때 윤봉길 의사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는 아내와 인사하고 나오다가 도저히 갈 수가 없어 도로 들어가 아내를 보았다고 한다. 아내가 왜 도로 왔느냐고 물으니 물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22살 때라고 한다. 나는 바로 그 생가 집 마당에 서 있다, 이곳에서 서성이며 이별을 아쉬워하던 윤의사를 상상하니 눈시울이 붉어 젔다.
생가에서 나와 충의사를 들려 참배했다. 초상화를 보았다. 만고의 영웅의 모습을 보는 순간 어쩌면 그 어린 나이에 그 큰일을 하였을까 그 애국충절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스마트 폰으로. 참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나와 윤봉길의사 기념관으로 들어가 관내를 관람했다. 많은 유품이 잘 정리 보관되어 있고 자세히 윤봉길의사의 행적이 전시되어 있었다.
윤의사가 계몽운동을 하였던 청년기. 중국으로 망명가 감구선생을 만나고, 거사 전에 쓴 유서.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폭탄 투척, 채포, 사형 등을 일목요원하게 잘 전시 되어 있었다. 기념관만 관람하고 나와도 윤의사의 짧고 굵게 살았던 25년의 삶을 알 수 있었다. 윤의사의 생애를 조명해 본다.
윤봉길 의사는 가야산의 정기를 이어 받아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11세인 1918년 덕산공립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듬해인 1919년 3.1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일제의 식민교육을 배척하여 학교를 자퇴하고, 사설 서당에 들어가 매곡 성주록 선생에게서 한학을 배웠다. 이때부터 윤의사의 학업은 일취월장하였고 특히 시(詩)에는 뛰어난 기질이 있었다. 16세 때 지은 것으로 알려진 다음과 같은 칠언 절구의 한시를 보아도 윤의사의 시적재능을 짐작할 수 있다.
"不朽聲名士氣明/ 길이 남길 그 이름 선비의 기개 밝고萬古淸心都在學/ 만고에 빛나는 마음 학문에서 우러나느니...." 이하 생략
1926년 농촌부흥을 위한 농민계몽운동에 참여한 의사는 가난해서 공부하기 어려운 어린이를 모집하여 야학을 열고 1929년 일진회를 조직하여 농민의 단결과 민족정신의 배양,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등 농촌부흥운동에 앞장섰다. 그러나 나라의 독립을 되찾기 전에는 일제의 압박으로 농촌운동이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1930년 3월6일 중국 상해로 망명하였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 김구 주석에게 이봉창의사와 같은 애국하는 일로 나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일본 인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일하며 때를 기다렸다. 윤의사는 1932년 4월29일에 상해 홍커우(홍구)공원에서 일왕의 탄신 및 전승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한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휴대품은 도시락과 물통이외는 가지고 가지를 못하게 제한했다.
윤의사는 김구 주석의 지시대로 비밀리에 특수 제조한 도시락과 수통형 폭탄을 만들어 놓았다. 이때,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김구와의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자신의 새로 산 시계를 김구에게 주고, 김구의 낡은 시계로 바꿔 팔에 차고 갔다고 한다. 이 거사에 숨은 조력자가 있으니, 바로 미국인 선교사인 조지 애쉬모어 피치(George Ashmore Fitch)이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에 윤의사를 태우고 직접 홍커우 공원으로 갔다.
윤의사는 중국 상해 홍커우공원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잔치에 축하객으로 가장하고 미리 뒤편 오른쪽 군중 속에 들어가 투척장소와 시간을 맞추어 의거의 최후 준비를 하였다.
일본국가 제창이 거의 끝날 무렵 드디어 역사적인 11시50분, 윤의사는 17미터 쯤 떨어진 중앙단상위로 수통으로 된 폭탄을 조국의 원수를 향해 힘껏 던졌다. 이 폭탄으로 상하이 거류민단장 타테이지(河端貞次)가 그 자리에서 말 그대로 공중 분해되고, 상하이 일본군 사령관 육군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 장군은 즉사하고, 공사 시게미츠 마모루와 총영사 무라이쿠라마츠(村井倉松)는 중상을 입었으며, 제9사단장 육군중장 우에다켄키치(植田謙吉)장군은 왼쪽다리를 잃고, 해군 제3함대 사령장관 해군중장 노무라키치사부로(野村吉三郎)제독은 한 쪽 눈이 날아가 애꾸가 되었다.
이 쾌거는 중국군이 막대한 희생을 내고도 승리하지 못했던 일본침략군의 수뇌부를 대한민국의 한 청년이 폭파시키는 전과를 거뒀다. 중국의 장개석은 4억(그 당시 중국의 인구)의 중국인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한국의 한 청년이 해내었다고 극찬하며 상해임시정부를 도옵고 광복군 양성에 원조를 하였다한다. 윤의사는 그해 12월 25세의 꽃다운 나이로 순국하였다.
윤의사가 거사 이틀 전에 의거 장소인 홍구공원을 답사하고서, 거기에 피어 있던 무심한 방초(芳草)들에게 결의를 다짐하며 읊은 절명(絶命)시가 있다. 죽음을 앞둔 25세 청년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홍구공원을 답청(踏靑)하며/ 처처(凄凄;쓸쓸한)한 방초여
명년에 춘색이 이르거든/ 왕손(王孫)으로 더불어 같이 오세
청청(靑靑)한 방초여/ 고려 강산에도 다녀가오
다정한 방초여/ 금년 4월 29일에/ 방포일성(放砲一聲)으로 맹세하세
전시관을 나오며 이렇게 생각했다. 윤의사는 갔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살아 있고, 우리는 이런 만고의 애국투사가 있었기에 그 덕으로 지금 이만큼 번영을 누리며 잘 살고 있다고...
이성수 (워싱턴주 페더럴웨이 거주)
수필가,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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