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무겁고 목이 칼칼하였다. 혹시 감기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을 하였다. 시간이 지날 수 록 몸은 더 무겁고 콧물이 나고 재치기가 났다. 기침은 점점 심하고 미열도 났다. 교회도 가지 않고 쉬기로 하였다.
나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할아버지께서 한약을 많이 연구 하셔서 조예가 매우 깊으셨다. 자손이 귀한 집에 장남으로 태어난 나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려고 어려서 녹용(鹿茸)을 달여 먹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애들 보다 잔병치레도 별로 없이 성장할 수가 있었다.
나는 평소 건강관리로 잘 때 건포마찰을 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건포마찰이란 마른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는 것인데 이 운동은 아주 오래전에 가정 주치의로부터 소개 받은 건강 요법이다.
매일 자기 전에 옷을 벗고 수건으로 얼굴→목→팔→어깨→가슴→배→다리 순으로 몸 구석구석을 문지른다. 건포마찰은 피부가 약간 붉어 질 정도의 세기로 10분 이내로 짧게 한다. 수건은 화학섬유보다 순면이나 삼베 등 천연섬유로 만든 것이 좋다. 화학섬유로 피부를 계속 문지르면 접촉성 피부염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건포마찰을 하면 피부 진피층의 혈관이 확장돼 피부로 산소와 영양분이 잘 공급된다고 한다. 또, 마찰로 인해 열이 생기면서 모공을 막고 있던 피지가 녹아 없어지고, 체온 조절능력도 향상된다. 피부에 저항력이 생기면서 갑작스러운 외부기온의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수족냉증, 기관지 발작, 감기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몸 전체의 혈액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손발이 따뜻하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
보통 성인이 1년에 3~5번의 감기를 앓는데 난 한 번도 앓지 않고 넘어갈 때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한두 번 앓고 있다.
주치의는 이런 말도 했다. 건포마찰이 번잡하고 하기가 귀찮으면 자기 전 침대에서 옷을 모두 벗었다가 잠시 공기 중에 알몸을 노출시킨 후 옷을 입기만 해도 피부가 갑자기 찬 공이와 접촉하며 단련이 되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 옷을 얇게 입고 밖에 나갈 때나 저항력이 약할 때 몸이 오싹오싹 춥고 떨리면 감기 들기 쉽다. 이런 때 지체하지 말고 속히 헤어 드라이어(hair dryer)의 더운 바람을 뒤 등 옷 속으로 한참 동안 쏘여 땀을 내면 오던 감기가 기겁을 하고 도망친다. 신기한 일이 일이다.
우리는 추위를 잘 타는 등(背) 목, 발을 따뜻하게 한다. 그래서 얇은 양말을 두 켤레를 껴 신고, 목도리를 하고, 조끼를 껴입는다. 추운 겨울에만 감기에 걸리는 것만도 아니다. 추운 남극과 북극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감기를 달고 살까? 아니라고 한다, 그곳 사람들은 감기를 아예 모른다고 한다. 왜일까? 그곳은 워낙 추워 감기 바이러스가 살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여름 삼복에도 감기를 앓는 사람이 있다, 감기바이러스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시애틀 전역에 감기주의보를 발령했다. 주위사람들 거의 전부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감기에는 약이 없다. 감기 바이러스 세균은 아주 작아 물 컵을 뚫고 유유히 돌아다닌다. 첨단 의학이 발달한 현재에도 감기 바이러스 균을 죽이는 약은 없다. 감기는 푹 쉬고 안정하면 일주일이면 낫는다.
그래서 감기는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을 타다 먹으면 7일이면 낫고, 고뿔은 병원에 안 가고, 약을 안 먹고 집에서 생강차를 끓여 먹으면서 쉬면 7일 만에 낫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고뿔과 감기는 동의어이고 약과는 상관없이 앓을 것 다 앓으면 저절로 낫는다는 뜻이다.
나는 감기에 걸린지 사흘 쯤 지났는데도 기침이 멎지 않았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병원에 갔다. 으레 하는 식으로 진찰을 하고 종합 감기약인 진해제, 해열제, 진통제가 들어 있는 물약을 처방해 주었다. 혹 폐렴이 될까봐 항생제도 주었다.
저녁에 자기 전에 작은 플라스틱 병마개에 눈금이 그려져 있어 그 눈금보다 조금 많게 병에서 따라 마셨다. 먹고 나니 기침은 소강상태를 이르고 잠이 쏟아졌다. 약을 정량보다 과하게 먹은 모양이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 걸어가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다리가 후들후들하더니 정신이 몽롱하여 중심을 잃고 쓸어졌다. 하필이면 가슴 쪽을 식탁 모서리에 부딪쳤다. 하루가 지나니 통증이 심했다. 기침을 하면 가슴이 울려 몹시 아팠다. 할 수 없이 병원에가 X-레이를 촬영했다. 갈비뼈 하나가 금이 갔다고 했다. 수술은 안 해도 되고 안정을 하고 4주 후에 오라고 했다.
나는 병원에 가서 처방약을 타다가 먹은 것을 후회했다. 어려서부터 감기를 무수히 앓았지만 으레 ‘고뿔’이라고 하찮게 여기고 병원도 안 가고 다니며 앓다가 저절로 나았기 때문이다.
기침이 나면 가슴이 울리고 눕기도 힘들고 거기에 딸꾹질이 나 이중으로 고생을 하였다. 이 딸꾹질은 한번 나기 시작하면 밤이고 낮이고 그칠 줄을 몰랐다. 병원약도 듣지 않았다. 감꼭지를 삶아 먹으면 낫는다는 민간요법도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근처 중국 한의원을 찾아 갔다. 약 일곱 첩을 지어 주었다. 한 첩을 먹으니 딸꾹질이 거의 멈추고, 한 첩을 더 먹으니 완전히 멈추고, 한 첩을 더 먹으니 완치가 되었다. 참으로 한약의 효험이 신기했다.
4주가 지났다. 가슴 통증도 많이 완화되었다. 병원에 가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폐에 작은 구멍이 있다고 했다. 나는 가슴이 부딪쳤을 때 생긴 타박상의 흔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정밀촬영을 하였다. 결과는 나의 생각과 같이 타박상의 흔적이었다.
감기는 아주 흔한 병이다. 무서운 독감(인플루엔자 Influenza)이면 모를까 고뿔정도의 병은 앓을 것 다 앓아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성수
수필가,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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