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北村, North Village)은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조선시대에는 사대부가 살던 상류층의 거주지역이었으며 궁마을이라고도 하던 동네였다고 한다.
1920년대 이후에는 북촌에 작은 한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이에 맞춰 큰 한옥을 부수고 소규모 도시형 한옥을 여러 채 짓게 되었는데 이것이 근대적 도시 속의 한옥집단지구로 정착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새로이 북촌을 가꿔 나가며 사적(史蹟), 문화재를 보유한 전통주거지역으로의 특색을 살리며 국내외 많은 방문객을 맞고 있다. (한편 남산골 한옥마을은 각지에서 한옥을 이전 복원하여 1998년 개관하였다.)
한옥의 멋을 안동 하회마을의 큰 마당과 솟을대문의 아름다움으로 맛보고 전국 유명 고택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복잡한 도시 안쪽 북촌의 언덕길과 골목과 층계 위의 한옥들을 보면서 이게 뭐였지? 예전 우리 동네 같기도 하고 갑자기 남의 동네에서 중국말과 한국말과 일본말이 섞이는 발걸음을 의식하게 되면 불현듯 우리 동네일 수도 있는 남의 동네가 세계 속의 관광지가 되어 그 속에 내가 섞여 들어와 있음에 조금 난감해 지기도 한다.
교통도 좋고 굳이 자가용을 갖지 않아도 운동 삼아 비탈길을 걷는다면 공기 좋고 물길 좋고 남산이 멀리 보이는 이 지역이 복잡한 종로나 청계천이나 을지로 퇴계로를 앞에 두고 작은 한옥 안에 고즈넉이 자신이 품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한양이었던 역사의 중심부에 민간인으로서의 편안함으로 서울의 품에서 안온해 질 수 도 있겠다.
그래서 영화감독 홍상수는 북촌방향 (2011, 칸느영화제 초청)이란 영화를 만들었나 보다. 영화 속에 난감함으로 가득 찬 주인공들의 상대적 감정의 표현이었던 북촌의 장면들. 참 남의 일 만 같았는데 방문객의 일원으로 한옥마을 지나면서 북촌이 주는 느낌은 나도 영화 속 인물들처럼 같은 장소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북촌의 한옥마을을 지나다 보면 언덕과 층계에 아담하게 얹어진 집들도 애틋하지만 한편 담 없이 바로 길가에 창문이 면해 있어 그 안에 사람들은 밖에 지나는 사람들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며 피곤해 할 까봐 염려가 되는 그런 개인생활이 느껴진다. 어떤 한옥들은 길가 쪽 창문과 벽을 부수고 유리 벽을 내서 상점을 내기도 한다. 기와의 돌과 목조의 나무는 같은 데 전통 한옥을 빛나게 해주던 평면을 채우는 종이가 사라졌다. 창호나 격자는 그대로 남았지만 빛과 바람을 은은히 통과 시켜주던 창호지는 사라지고 신축 한옥에는 유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지 오래다.
유리와 달리 창호지는 매년 도배를 해야 하니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는 너나 나나 마찬가지 인데 종이 좋은 거는 어찌 그리 오래 마음에 남는지. 나는 북촌투어를 하면서 지금은 볼 수 없지 만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빛과 바람을 어느새 들여 놓아 주는 한지 붙인 한옥 방 문 들을 오래오래 그리워하였다.
‘가을향기 그윽한 북촌’이란 부제의 북촌한옥마을의 추석맞이 행사가 내일 (9월 19일) 북촌에서 열린다. 지난 주에 북촌 축제가 끝났는데 이렇게 북촌은 늘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볼거리가 많은 방문객과 함께 넘실거리고 있다.
기사/사진=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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