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한인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한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지난 27일 워싱턴대학(UW) 북소리 강연을 통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다녀온 우주에서의 경험과 함께 우주인으로의 삶을 소개했다.
이 박사는 이날 UW 강연에서 "내가 행복해야 남을 도울 수 있다"며 그동안 우주인으로 살아온 삶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고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힘든 생활을 겪어보면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이 박사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 후 결국 이메일로 사직서를 내자 한국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이 박사는 그러나, 한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인이 되는 것이 인생 목표(my life time goal)는 아니었다”며 “11일간의 우주비행 얘기로 평생을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 즉,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이같은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UW 행사를 주관한 이효경 동아시아도서관 사서가 "열심히 살고 도전적인 치열한 삶을 사는 분"이라고 소개한 이 박사는 "현재의 상황을 고난으로 보고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반발하고 변명하기 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지구인의 편협한 자세와는 다른 우주인으로서의 너그러운 포용력(?)을 보여줬다.
재작년 검안의 정재훈씨와 결혼, 퓨열럽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본격적인 미국생활을 시작한 이 박사는 항공박물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자신의 우주경험을 방문자들과 나누기도 했고 최근에는 레이크우드의 피어스 칼리지에서 강의를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이 박사는 한 남자의 부인으로 사는 평범한 삶을 즐기고 있다. 마음놓고 라면도 즐기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한번은 남편이 여기에 라면을 끓이면 더 맛있다며 양은냄비를 사오기도 했다"며 행복한 신혼생활도 소개했다.
정착해서 힘들지 않은 곳으로 시애틀지역을 택했다는 이 박사는 "시애틀은 한국과 기후가 비슷해서 마음에 들고 산책과 조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고 밝혔지만 자신이 크리스마스에 열광하는데 시애틀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 관해 얘기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밝힌 이 박사는 "LA에 비해 한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애틀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미래를 구상하고 자녀를 키우기에 최적의 도시"라며 시애틀에서의 생활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박사는 얼마전에 본 샌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인의 생활을 가장 근접하게 묘사해 영화를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며 "이 영화에서 사고가 나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가 당한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도 말했다.
우주정거장 안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에서 시애틀-포틀랜드 거리인 4백km 정도 떨어진 우주에서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물체와 부딪히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는 그런 긴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러시아에서 우주선 발사 직전에 러시아인 대장의 우주복이 터져 발사가 지연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29살 여성이 한국 우주인으로 선발됐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기도 했던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대장이 비행 도중 여러모로 도움이 되자 나중에는 미안하다며 사과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우주정거장에 생수 등 물건을 반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1kg당 1만달러가 들 정도로 유지비가 엄청나다고 설명하는 등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우주여행에 관한 내용도 전하며 북소리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박사는 "한번은 귀가하자 어머니가 지인들로부터 요청받았다며 내밀은 종이 50여장에 일일이 사인을 하기도 했다"며 우주인으로서의 유명세를 누리기도 헸지만 때로는 이러한 일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은 3만6천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 후보 2명에 선발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밝힌 이 박사는 "우주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이는 우주인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일종의 의무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자신의 저서로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의 풀스토리를 다룬 '열한번째 도끼질'도 언급하며 처음에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우주에서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 책에서 "피나는 노력의 결과는 어느날 행운처럼 다가온다"고 자신의 인생 역정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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