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중독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폰이 사람과 참 밀착되어 있지만 바로 이전에 사람을 붙들어 매던 것은 TV였다.
그래서 스마트 폰 개발자들은 폰 안에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손 안의 TV)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사람들이 사랑한 것은 이동하면서 보는 TV가 아니라 이동하면서 서로 이야기 하고 연락하는 '대화(Talk)'이었다.
하지만 TV도 일방통행 만은 아니다. 방송프로를 통해 시청자에게 호소하고 수많은 정보를 준다.
나는 어느날 TV를 보다 그 내용이 너무너무 감명 깊어서 TV에 나온 ‘어른 없이 혼자 복지기관에 남겨진 한 청소년’을 찾아 시외에 있는 복지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시설대표는 나를 친절히 대해주며 그 TV에 나온 소년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며 앞으로 언제라도 방문해도 좋다고 해주었다. 그 후로 나는 꽤 오랫동안 격주로 놀토(노는 토요일)마다 그 기관에 가서 발달 장애우가 대부분인 그곳의 친구들과 놀고 숫자세기 같은 간단한 이해가 가능한 소녀와 공부도 하고 식사시간이 되면 원내식당에서 밥 먹고 치우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
반복된 방문을 통해서 그 기관의 기복도 함께 겪었다. 한번은 식사시간에 식당에 원장이 와서 ‘봉사온 아파트 부녀회’에서 민원이 들어 왔다면서 원생을 대상으로 일장연설을 하고 가기도 했다.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봄이 왔다.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데 갈 때마다 봤던 수척한 몸집의 휠체어에 앉은 아저씨가 나를 마치 삼천미터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그 다음 격주 후 다시 와보니 그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가끔 원생이 가출을 하면 원장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 인근 파출소와 협력해서 다시 찾아 오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이 나를 불렀다. ‘봉사를 하려면 다른 곳을 알아 보세요…… 여기서 일을 하다보면 내가 애들을 보는 게 아니라. 애들이 나를 먹여 살린다는 사실을 발견하지요. 밥을 떠먹여주는 저 애가 후원을 크게 높여주게 되니까요. 아이들이 당신을 원하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나는 생각했다. 나의 지속적인 방문이 시설 측에게 얼마나 불편했을지. 그의 말 속에서 전문가로서의 최소한의 양식과 자기 분야의 경력을 쌓기 위한 애로가 느껴졌다. 그 후로 나는 그 곳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 대안이 없었다.
나는 그때 그 TV 제작진에게 마음 속으로 물었다. 당신이 프로그램에서 가르친 방향을 따라가 그 소년이 있는 기관을 가 보았지요. 그런데 이제 어느 방향을 봐야 할까요? 그 후로 TV 프로에 복지기관들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 제보자들이 모자이크를 하고 하는 말을 들어 보면 그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그래서 내 결론은 복지기관은 개방성을 유지해야 되고 감시체제가 있어야 하고 대표가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것을 충족 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기심을 서로 견제할 공공(公共) 체제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가족을 벗어난 삶이란 게 얼마나 가혹한가 하는 것.
이 세상에는 대체 불가능 한 게 있다. 배우자의 사랑, 그리고 부모의 사랑. 이 관계는 한 치라도 어긋나면 어떤 바깥고리도 그들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을.
직무유기가 행운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기사/사진=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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