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말투에 별 생각 없이 살아오던 나는 내가 표준말을 쓴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이 생기고 웹 상에 글을 쓰게 되자 동호회의 어떤 회원이 내 글을 지적했다. “맨날 ~읍니다. ~읍니다’ 하는데, ‘~습니다’ 예요. 늘 님의 글 보면 말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말 합니다!”
나는 당황해서 얼른 책꽂이에 잘 모셔둔 국어사전을 꺼내 확인해보았다. 그때가 2000년 초. 사전에는 ‘읍니다’와 ‘습니다’가 혼용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또 다른 사전을 찾아 보았다. 거기에는 또 ‘습니다’는 ‘읍니다’의 공손한 말이라고 되어 있었다.
두 사전 다 유명출판사의 저명한 학자의 감수가 된 국어사전들이었으나 출판년도가 1970년대였다. 다시 최근 자료를 찾아보니 1988년 문교부 고시 표준어 규정 2장 17항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 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 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에 의하여 ‘읍니다’가 아니고 ‘습니다’를 표준어로 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생일이나 주기를 뜻하는 ‘돐’이란 말도 현재는 ‘돌’이 표준어로 되어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 인터넷상에는 새로운 말과 표현 등이 넘친다. 그런 걸 보면서 나는 이상하다기 보다는 재미있다고 느낄 때가 더 많다. 개인 간의 비밀대화가 아닌 이상은 그런 새로운 말이나 인터넷용어도 조금 집중해서 문맥을 보거나 발음을 해보면 대부분 뜻이 이해된다.
말이란 알라고 하는 것이지 모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말을 덥석 내가 쓰게 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내 말로 쓰려면 자기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말은 쉽지만 하기 어려운 말 중에 명령어가 있다. ‘해’ ‘해라’ ‘하세요’ ‘하십시오.’ 명령은 존댓말이라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지시하는 말이라서 어렵다. 더구나 서울말 혹은 표준말에는 예전에 많이 쓰던 ‘하게’ ‘허우’ ‘하오’와 같은 존대와 하대 사이의 중간 말투는 많이 쓰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해야 될 거예요’ ‘하면 어떨까요?’ ‘해야 될 텐데…’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소서, 해야지, 해야 돼, 하기 바랍니다…… 한국말의 끝맺음은 오묘하다. 그런 오묘한 끝맺음을 생각나게 한 건 내가 요즘 듣는 구어체 ’하실게요‘ 때문이다.
아직 인터넷이나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 사회생활에서 듣게 되는 새로운 명령어로 ‘하실게요’ 가 생겼다. 이 말은 원형이 ‘하세요’이다. 그리고 뜻은 ‘네가 하도록 내가 말할게요’이다. 예를 들면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환자에게 병원직원이 ‘하세요’ 라는 명령조 대신 ‘여기 앉아서 기다리실게요~’ 라고 공손히 말한다. 연장자가 많은 체육수업에서 강사가 동작을 설명하면서 ‘손을 올리세요’ 대신 ‘손을 올리실게요~’ 한다.
오늘 우리 발레선생님은 작은 목소리로 수강생 들에게 말한다. ‘ 바(bar) 옮기실게요~’ 그러면 학생들은 동작을 멈추고 ‘네~ ‘ 하면서 어기적 어기적 걸으면서 바를 홀 한쪽에다 갖다 놓는다.
기사/사진=신순영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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