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라는 말은 있어도 ‘소울푸드’라는 말은 몰라도 듣자마자 이해된다. 같은 책이름이 있는데 그 책 표지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다.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음식이란 맛있고 배불러서 만족한 음식이 있는가 하면 아주 간절해서 먹지 않으면 갑자기 너무 허기져서 아무 일도 못할 것처럼 애가 타는 그런 음식도 있다.
한국음식과 멀리 떨어져서 생활하는 사람이 곧잘 살다가 갑자기 한국음식 한가지가 먹고 싶으면 꼭 그걸 먹어야 일이 손에 잡히는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
나의 경우 가끔 뭔가 감정적 소모로 허기져서 돌아와서 찾게 되는 메뉴가 있다면 단골 중국집의 삼선짬뽕이다. 푸짐한 면과 각종 해산물과 야채가 듬뿍인데 국물이 일품이라 지금도 가끔 6호선 전철타고 가서 번개처럼 먹고 오는데 10년을 주인이 날 알아봐서 감사하다. 값은 6,500원.
그 다음은 종로 예전 허리우드극장 (2010~현재, 실버영화관) 매표소 옆에 순대국집 중의 한 곳이 단골이다. 왁자지껄한 가운데 신속하고 정갈하게 차려 나오는 순대국이 기본과 내용에 충실하다. 값은 4,000원, 늘 한자리에 앉아 감사하면서 돈을 받는 주인할머니가 감자바위처럼 믿음이 가는 집이다.
다음은 종로에, 매운 거 좋아하는 사람도 각오해야 되는, 하지만 맛있는 매운 맛에 여전히 손님이 많은 유명 맛집의 낙지볶음. 보통 조개탕과 소주를 곁들여 먹는데 나는 그냥 낙지백반 만 먹고 나온다. 값은 11,000원. 먹고 나면 하루 이틀 속이 쌉사름한데도 이내 또 먹고 싶은 중독성이 있다.
한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간식거리 중 떡볶이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근처의 한 모퉁이에서 떡볶이 파는 할머니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앉아 떡볶이를 만들고 파는 전 과정을 정신 빼고 바라보곤 했다. 쫀득한 쌀떡에 매콤달콤고소한 고추장양념이 기막히게 잘 어울렸다.
마지막으로 떡볶이에 참기름 한 방울 살짝 뿌리고 손님을 대접했다. 또 어린 시절 시장입구에 있었던 중국집의 고기만두 맛도 생생하다. 매끄럽고 포슬한 하얀 만두피에 만두 한개가 한입에 쏙 들어갔다. 만두속의 맛은 고기와 야채가 섞인 것인데 잘 갈아져 촉촉하고 들큼한 것이 입 안에서 적절한 비율로 만두피의 밀가루 맛과 잘 섞여져 녹았다.
여기 사진의 만두는 시장에서 유명한 집인데, 포근한 만두피에 촉촉한 만두 속이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그 중국집 맛과 슬쩍 비슷해서 그 근처가면 꼭 찾는다. 다섯개에 2,000원으로 가격도 최절정 저렴하다.
그런데 떡볶이, 순대, 만두 등 오래전부터 먹던 간식이 산업사회와 정보화 시대를 지나는 세대에도 외면을 받지 않고 오히려 전국민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는 게 신기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 1755~1826)은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것은 별하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더 인류의 행복에 기여한다”고 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런 과장이 있나 했는데….. 요즘 어렸을 때 먹던 떡볶이, 만두, 순대 같은 간식이 여전히 오래 시대를 초월해서 전달되는 걸 보면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된다.
된장국, 짬뽕, 순대국, 낙지볶음, 라면 등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뭐 다를 것도 없으니 말이다.
기사/사진=신순영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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